본문 바로가기

비즈니스 이론

해외 바이어 발굴 방법 — 찾는 것보다 고르는 게 어렵다

평일 오후였다. 출장 이틀째, 약속과 약속 사이에 한 시간이 비었다. 나는 시내의 큰 드러그스토어에 들어가서 우리 카테고리 선반 앞에 섰다.

거기서 한 일은 단순하다. 잘 나가는 티가 나는 제품을 하나씩 집어서 뒤집었다. 뒷면 라벨 아래쪽에는 작은 글씨로 수입자와 유통사 이름이 적혀 있다. 법으로 적게 되어 있는 칸이다. 나는 그 칸을 사진으로 찍었다.

호텔로 돌아와 사진 열두 장을 정리하니 회사 이름이 다섯 개로 모였다. 그중 두 곳은 같은 선반에서 품절이 없었고, 다른 매장에서도 가격이 같았다. 그 두 곳이 그 시장에서 내가 만나야 할 후보였다. 메일은 아직 한 통도 보내지 않았는데, 후보는 이미 걸러져 있었다.

해외 바이어 발굴 방법을 검색하면 거의 전부 같은 답이 나온다. 전시회에 가라, 코트라와 무역협회의 바이어 디렉터리를 쓰라, 링크드인에서 찾아라, 바이어 매칭 플랫폼에 올려라.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 답들은 전부 "어디서 찾나"에 대한 답이다.

내 경험으로는 찾기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 이름은 늘 남았다. 틀어진 지점은 언제나 그 다음이었다. 손에 남은 후보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일, 그리고 고를 때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였다.

이 글은 찾는 방법을 하나 더 보태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찾기와 고르기를 분리하고, 고르기에 쓸 근거를 어떻게 만드는지 쓴다.

1. 후보는 모자라지 않는다. 길마다 따라오는 정보가 다를 뿐이다

후보를 만드는 길은 실무에서 네 가지로 좁혀진다. 내가 실제로 쓴 순서대로 적는다.

링크드인. 직함으로 검색해서 유통사 대표나 사업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한다. 가장 빠르고 가장 싸다. 답이 오면 그 사람이 지금 새 브랜드를 받을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다른 한국 브랜드사의 소개. 같은 시장에 먼저 들어간 국내 업체가 자기 파트너나 후보를 알려준다. 소개한 쪽이 그 회사와 실제로 일해 봤다면 정보의 질이 크게 올라간다. 소개를 받을 때 물어볼 말은 "좋은 곳인가"가 아니다. "무엇을 못하던가"다. 이 질문에 답을 못 하는 소개자는 그 회사와 깊게 일해 본 적이 없다.

현지 법인이나 지사의 소개. 우리 쪽 사람이 현지에서 듣고 있는 평판이 함께 온다. 누가 결제를 밀리는지, 누가 사람을 자주 바꾸는지 같은 정보는 디렉터리에 없다.

매장에서 거꾸로 찾기. 서두에 쓴 방법이다. 잘 되고 있는 브랜드의 뒷면 표기를 읽고 그 유통사를 찾아간다. 가장 느리고 가장 비싸다. 대신 이 길로 찾은 후보는 이미 한 가지를 증명한 상태로 등장한다. 그 회사는 남의 브랜드를 실제로 매장에 넣고, 재고를 끊기지 않게 유지하고, 가격을 관리한 기록을 선반 위에 남겼다.

네 길을 섞어 쓰는 게 맞다. 다만 섞을 때 알아 둘 것이 하나 있다. 앞의 두 길은 후보를 많이 주고 정보를 적게 주며, 뒤의 두 길은 후보를 적게 주고 정보를 많이 준다. 그리고 후보 명단이 전부 링크드인과 디렉터리에서 왔다면, 그건 선정 절차를 돌린 게 아니다. 지원 접수를 받은 것이다. 그 경우 우리가 고르는 대상은 가장 좋은 유통사가 아니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회사다. 두 집합은 같지 않다.

막대 길이 = 후보와 함께 도착하는 사전 검증의 양 링크드인 직접 연락 받을 여력이 있다는 것만 알려준다 다른 브랜드사 소개 소개자가 겪은 실적과 약점이 같이 온다 현지 법인·지사 소개 결제와 인력 교체 같은 현지 평판이 붙는다 매장에서 거꾸로 찾기 판매 실행 기록이 선반에 이미 남아 있다 위의 두 길은 후보를 많이 주고 정보를 적게 준다. 아래 두 길은 반대다.
그림 1. 후보를 찾는 네 가지 길 — 길을 고르는 일이 곧 정보를 고르는 일이다. 명단이 전부 위의 두 길에서 왔다면 선정이 아니라 지원 접수다.

2. 제안서의 숫자는 만드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

후보를 셋으로 줄이면 다음은 제안서다. 그리고 제안서는 거의 전부 좋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질문에 답하는 일은 유통사가 가장 많이 연습한 업무다. 바이어를 설득하는 게 그들의 본업이고, 우리는 그 본업의 대상이 한 번 바뀐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제안서에 적힌 것들을 한 번 분류해 볼 만하다. 3년 목표 매출, 조직도, 커버리지 점포 수, 마케팅 계획, 우리 브랜드에 대한 열의. 이 항목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잘하는 회사와 못하는 회사가 똑같이 만들 수 있다.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것은 두 집합을 가르지 못한다.

경제학에 이걸 정면으로 다룬 논문이 있다. 마이클 스펜스가 1973년에 쓴 글인데, 요지는 이렇다. 어떤 신호가 정보를 전달하려면 그 신호를 보내는 데 비용이 들어야 하고, 그 비용이 능력이 없는 쪽에 더 비싸야 한다. 누구나 같은 값으로 보낼 수 있는 신호는 아무것도 전달하지 않는다. 이걸 신호 이론(signaling theory)이라고 부른다.

스펜스가 든 예는 학력이었다. 학위가 업무 능력을 직접 늘리지 않더라도, 능력이 낮은 사람에게 학위를 따는 비용이 더 크다면 학위는 정보를 전달한다. 반대로 이력서에 적는 자기소개는 누구에게나 공짜라서 정보가 되지 않는다.

유통사 선정에 그대로 옮기면 질문이 바뀐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이 회사가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가"가 아니라 "이 회사가 이미 돈과 시간을 써서 무엇을 남겼는가"다. 앞의 질문은 공짜고 뒤의 질문은 공짜가 아니다.

보내는 데 비용이 없는 신호 3년 목표 매출 조직도와 인원 수 커버리지 점포 수 마케팅 계획서 우리 브랜드에 대한 열의 잘하는 회사와 못하는 회사가 똑같이 만들 수 있다 보내는 데 비용이 든 신호 직접 받아서 키운 브랜드 가장 잘 되는 브랜드의 판매량 라인을 맡을 사람의 이름 떠난 브랜드의 증언 선반에 남은 재고와 가격 없는 쪽이 지어내려면 값이 훨씬 비싸다 선정은 왼쪽 칸을 비교하는 일이 아니라 오른쪽 칸을 모으는 일이다.
그림 2. 약속과 증거 — 대부분의 선정 회의는 왼쪽 칸만 비교하다가 끝난다. 개념 출처: Spence(1973)

3. 비딩에서 실제로 본 네 가지, 복제하기 어려운 순서로

복수 후보를 비교하는 자리에서 내가 실제로 보는 항목은 네 개다. 중요한 순서가 아니라 상대가 지어내기 어려운 순서로 적는다.

첫째, 직접 받아서 키운 브랜드가 있는지. 이미 큰 브랜드를 중간에 받아 유지한 기록과, 아무도 모르는 브랜드를 받아서 몇 년에 걸쳐 올린 기록은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나는 후자를 가장 신뢰한다. 그 기록은 제안서로 복제할 방법이 없고, 숫자가 작아도 상관없다. 작은 브랜드를 올린 경험이 큰 브랜드를 받아 쓴 경험보다 우리에게 쓸모가 크다. 우리가 그 시장에서 아무도 모르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둘째, 지금 운영하는 브랜드 중 가장 잘 되는 브랜드의 소비자 판매 볼륨. 회사 전체 매출을 묻지 않는다. 전체 매출에는 유통 마진과 한 번의 큰 거래가 섞여 있어서 실행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한 브랜드의 소비자 판매는 다르다. 매장에서 교차 확인이 되고, 평균은 숨길 수 있어도 최고치는 숨기기 어렵다.

가상의 예로, 연 매출이 300억이라고 적힌 회사가 가장 잘 되는 브랜드의 소비자 판매로 20억을 말한다면, 그 회사는 유통 물량은 돌리지만 브랜드를 키운 적은 없다는 뜻에 가깝다. 반대로 매출 80억에 가장 잘 되는 브랜드가 45억이면 그 회사는 한 브랜드를 끝까지 밀어 본 조직이다.

셋째, 조직. 영업 인원이 몇 명인지는 거의 의미가 없다. 봐야 하는 것은 구성이다. 누가 어느 채널을 맡고 있고, 그 사람이 지금 몇 개 브랜드를 들고 있는지. 한 사람이 열두 개를 들고 있으면 우리는 열세 번째가 된다.

넷째, 온라인과 오프라인 리테일러와의 관계. 이 항목은 깊이를 물어야 한다. 바이어 이름을 아는 수준인지, 시즌 계획 단계에서 미리 불려 들어가는 수준인지는 전혀 다른 관계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음 시즌 입점 일정이 이미 잡혀 있는 채널을 말해 보라고 하면 된다. 관계가 얕으면 이 질문에서 답이 일반론으로 바뀐다.

네 항목에 공통된 성격이 있다. 전부 과거에 이미 비용을 치른 것에 대한 질문이다. 앞으로 하겠다는 말은 한 항목도 들어 있지 않다.

4. 대표를 보고 고르면, 4년 동안 다른 사람과 일한다

이 글에서 가장 비싸게 배운 대목이다.

복수 후보를 비교하던 자리에서 한 회사의 대표가 유난히 좋았다. 시장을 읽는 눈이 있었고, 우리 카테고리의 문제를 우리보다 정확하게 말했다. 질문에 돌려 답하지 않았고, 자기 회사의 약점도 먼저 꺼냈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 쪽 사람들 모두 같은 인상을 받았다.

계약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이렇다. 그 대표는 실행과 운영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대표의 일이 아니다. 우리 라인을 실제로 들고 다닌 사람은 실무진이었고, 그 사람들의 수준은 대표를 보고 기대한 것과 달랐다.

이 경험에서 남은 문장은 한 줄이다. 우리는 대표가 아니라 실무진과 일한다.

이걸 선정 기준으로 바꾸면 할 일이 분명해진다. 비딩 자리에서 실무진을 봐야 한다. 그런데 비딩 자리는 구조적으로 그렇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상대는 가장 설명을 잘하는 사람을 보내고, 그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 자리에 실무진을 넣는 일은 우리가 요청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대표 본부장·팀장 실제 담당자 비딩에서 만나는 사람 계약 뒤 우리 라인을 실제로 드는 사람 선정 회의의 설명력은 위에서 나오고, 4년의 결과는 아래에서 나온다.
그림 3. 우리가 보는 층과 일하는 층 — 두 층이 어긋나 있으면, 비딩에서 받은 인상은 계약 뒤에 거의 쓰이지 않는다.

5. 고르기를 절차로 바꾸는 네 단계

질문으로는 후보를 가르지 못한다. 대신 성실한 후보에게는 적게 들고 그렇지 않은 후보에게는 많이 드는 단계를 만들어 두고, 누가 끝까지 하는지 본다. 네 단계면 충분하다.

1. 우리 브랜드만을 위한 2페이지 계획. 분량을 두 장으로 못 박는다. 길게 쓰라고 하면 회사 소개서가 돌아온다.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접근할 거래처의 이름과 순서다. 일반적인 계획은 하루 안에 돌아오고, 실제 계획은 2주 걸리며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논거가 들어 있다.

2. 우리 라인을 맡을 사람의 이름과 현재 담당. 인원 수를 묻지 않는다. 이름을 묻는다. 그리고 그 사람이 지금 들고 있는 브랜드를 같이 받는다. 이름을 못 주는 회사는 아직 아무도 배정하지 않은 상태다.

3. 상대 사무실에서 실무진과 하는 회의. 대표 없이 한다. 요청할 때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다. 실제로 일할 사람을 보고 싶다고 하면 대부분 받아들인다. 거절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것도 정보다. 영업 담당자 세 명과 보내는 40분이 대표와 보내는 하루보다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들고 있고 새 브랜드가 몇 번째인지 그냥 말해 준다.

4. 우리가 고른 레퍼런스. 떠난 브랜드 한 곳을 포함한다. 상대가 준 명단은 검증이 아니다. 네 단계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건너뛰는 단계이고, 혼자서 나머지 세 개보다 값이 크다. 관계를 끝낸 브랜드는 10분 안에 무엇이 어떻게 틀어졌는지 말해 준다. 그 원인이 유통사 쪽인 경우도 있고 브랜드 쪽인 경우도 있다. 지원도 안 하고 파트너를 탓한 브랜드의 이야기가 들린다면, 우리 계획에 대해 뭔가를 배운 것이다.

네 단계 전부가 과거나 현재를 묻는다. 미래를 묻는 항목은 하나도 없다. 미래를 묻는 질문에는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6. 선정은 한 번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금까지 쓴 것은 계약 전 절차처럼 읽히지만, 실제로는 계약 뒤에 더 자주 쓰인다.

사람이 바뀐다. 우리 라인을 맡았던 담당자가 다른 브랜드로 옮겨 가고, 조직이 바뀌고, 그 회사에서 가장 잘 되는 브랜드가 우리가 아닌 쪽으로 바뀐다. 계약서는 그대로인데 우리가 산 것은 바뀐 상태가 된다.

그래서 반기에 한 번, 선정 때 물었던 것 중 세 개만 다시 묻는다.

지금 우리 라인을 누가 들고 있나. 그 사람이 지금 몇 개를 들고 있나. 이 회사에서 가장 잘 되는 브랜드가 바뀌었나.

세 질문의 답이 작년과 다르면, 성과가 떨어지기 전에 알게 된다. 이게 선정 절차를 계약 전에만 쓰는 것과 계속 쓰는 것의 차이다.

다섯 줄 요약
1. 찾기에서 실패하는 일은 거의 없다. 틀어지는 지점은 손에 남은 후보 중에서 고르는 단계다.
2. 후보를 찾는 길마다 따라오는 정보의 양이 다르다. 명단이 전부 링크드인과 디렉터리에서 왔다면 선정이 아니라 지원 접수다.
3. 제안서의 목표와 조직도는 잘하는 회사와 못하는 회사가 똑같이 만들 수 있어서 두 집합을 가르지 못한다.
4. 비딩에서 가장 설명을 잘하는 사람은 계약 뒤에 우리 라인을 들지 않는다. 실무진을 보고 고른다.
5. 질문으로 검증하지 말고, 성실한 후보에게만 싼 단계를 만들어 두고 누가 끝까지 하는지 본다.

당신의 차례

  • 지금 후보 명단에서 우리가 찾아낸 곳과 우리를 찾아온 곳은 각각 몇 곳인가.
  • 가장 앞선 후보가 지금 운영하는 브랜드 중 가장 잘 되는 브랜드의 소비자 판매 볼륨을 말할 수 있는가.
  • 계약 뒤 우리 라인을 실제로 들 사람의 이름을 아는가. 그 사람이 지금 몇 개를 들고 있는가.
  • 그 후보를 떠난 브랜드와 이야기해 본 적이 있는가.
  • 이미 계약한 파트너에 대해, 1년 전과 답이 달라진 질문이 있는가.

함께 읽기

  • 수출 계약서 작성법: 한 번의 선적이 아니라 시장을 넘기는 계약으로 쓰기 (/74)
  • 총판 계약서 작성 가이드: 양식이 빈칸으로 남겨두는 여섯 조항 (/71)

이 글에 쓴 개념의 출처

  • 신호 이론 A. Michael Spence, "Job Market Signaling",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87(3), 1973, pp. 355–374.
  • 1장부터 6장까지의 선정 항목과 네 단계 절차는 이론이 아니라 실무에서 나온 것입니다.

브랜드 쪽에서 쓴 글입니다. 아시아 여러 시장에서 22년간 유통 파트너를 선정하고 관리했습니다. 국가와 회사, 브랜드, 개인, 자사 수치는 전부 지웠고 구조만 남겼습니다. 법률 자문이 아니며, 진행 중인 특정 거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