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다이얼, 세 개의 조건, 그리고 계약서에 안 적히는 실패 하나
앞 글에서는 독점을 줄지 말지를 다뤘다. 여기서는 주기로 정한 다음의 이야기다. 어떻게 좁게 주고, 어떻게 되찾을 길을 남기는가.
먼저 짚을 것이 하나 있다. 계약서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전부 적을 수 없다. 경제학에서는 이걸 불완전 계약(incomplete contracts)이라고 부른다. 올리버 하트와 존 무어가 1990년에 정리한 개념이다. 모든 상황을 미리 못 적기 때문에, 계약에서 진짜로 중요한 건 조항의 개수가 아니라 예상 못 한 일이 생겼을 때 누가 결정권을 쥐느냐다. 독점 조항은 그 결정권을 한 번에 넘기는 조항이다. 그래서 넘기는 방식이 전부다.
1. 독점은 스위치가 아니라 다섯 개의 다이얼이다
대부분의 협상이 독점을 껐다 켰다 하는 스위치로 다룬다. 실제로는 최소 다섯 개의 축이 있고, 각각 따로 조일 수 있다. 스위치로 다루면 의도한 것보다 항상 많이 주게 된다.
2. 조건이 없으면 그건 선물이다
측정 가능한 조건이 없는 독점 조항은 계약이 아니라 선물이다. 조건이 그걸 다시 거래로 되돌린다. 셋이 나머지보다 중요하다.
(1) 최소물량은 계단식으로
기간 내내 같은 숫자로 묶인 최소물량은 정체된 파트너에게 상을 준다. 1년차에 맞춘 숫자를 3년차에도 채우면 되니까, 시장이 커져도 우리 몫은 그대로다. 계단식은 "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본다"는 양쪽의 기대를 숫자로 바꿔 계약에 넣는 것이다.
(2) 사간 물량이 아니라 팔린 물량으로
최소물량을 순수하게 "우리로부터의 매입"으로만 정의하면, 파트너는 못 파는 재고를 사들이는 것으로 조건을 채울 수 있다. 1년간은 성과처럼 보이다가 어느 시점에 무너진다.
이건 경제학에서 잘 알려진 함정이다. 어떤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 지표는 더 이상 좋은 지표가 아니게 된다 —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이라고 한다. 매입량을 목표로 걸면 매입량은 달성되고, 그게 실제 판매를 뜻하는지는 알 수 없게 된다.
(3) 해지권이 아니라 전환 조항
해지권은 아무도 쓰고 싶어 하지 않는 핵폭탄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규율하지 못한다. 토머스 셸링이 1960년에 정리한 개념이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실행할 의지가 없는 위협은 위협이 아니다 — 신빙성 있는 위협(credible threat)이 아니면 상대의 행동을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필요한 건 전환 조항이다. 계단식 최소물량에 미달하면 독점이 자동으로 비독점으로 바뀐다. 해지보다 훨씬 쓸모 있는 이유는 하나다. 실제로 발동시킬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3. 출구는 셋뿐이다
전환 조항을 못 넣었다면, 18개월 차에 남는 길은 이 셋이다.
중도 협의에는 주의가 하나 필요하다. 그게 성사되는 건 대개 브랜드 자체가 부진해서 문제가 양쪽 모두에게 보일 때다. 흔한 상황도 아니고 좋은 상황도 아니다. 파트너는 부진한데 브랜드는 건강하다면, 상대는 마지막 날까지 독점을 붙들 이유가 충분하다.
4. 계약서에 안 적히는 실패
드물게 논의되는 것에 비해 피해가 가장 큰 것이 이거다.
독점을 준다. 파트너가 그 시장에서 가격 포지션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 본국 프로모션 — 깊은 할인, 묶음 행사, 노후 라인 소진 — 이 병행수입 업자에게 잡혀서, 파트너가 계약상 지키고 있는 가격 아래로 그 시장에 떨어진다.
계약 위반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파트너는 우리에게 가격을 얻어맞고 있고, 그쪽 거래처는 왜 같은 제품이 공식 채널보다 마켓플레이스에서 싸냐고 묻고 있다.
독점을 준다면 파트너에게 두 가지를 빚지는 셈이다. 본국 프로모션 캘린더에 대한 가시성, 그리고 독점이 살아 있는 동안 어떤 프로모션이 허용되는지에 대한 사내 합의. 둘 다 서명 전에 확보하는 것이 첫 컴플레인 이후보다 훨씬 쉽다.
정리
직접 확인해 볼 것
이 글에 쓴 개념의 출처
- 불완전 계약(incomplete contracts) — Oliver Hart & John Moore, "Property Rights and the Nature of the Firm",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98(6), 1990. 앞선 정식화는 Sanford Grossman & Oliver Hart, JPE 94(4), 1986.
-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 — Charles Goodhart, "Problems of Monetary Management: The U.K. Experience", 1975. 널리 인용되는 문장 형태는 Marilyn Strathern, "Improving Ratings: Audit in the British University System", European Review 5(3), 1997.
- 신빙성 있는 위협(credible threat) — Thomas C. Schelling, The Strategy of Conflict, Harvard University Press, 1960.
이어지는 글 · 총판이 독점을 달라고 할 때 — 줄지 말지 정하는 세 가지 질문
이 글의 사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국가·회사·브랜드·개인·자사 수치를 모두 빼고 구조만 남긴 것입니다.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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