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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론

해외 에이전트 계약서, 쓰기 전에 — 결국 총판으로 바꾸게 되는 이유

에이전트는 통제를 남기고, 총판은 수익을 남긴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해외 사업을 에이전트 구조로 운영한 적이 있다. 결국 사업 전체를 총판 구조로 바꿨다. 이유는 하나였다. 수익이 나지 않았다.

에이전트 계약서를 찾고 있다면 아마 둘 중 무엇으로 갈지 고민하는 중일 것이다. 에이전트는 수수료만 주면 되니 가벼워 보이고, 브랜드가 가격과 거래처를 직접 쥘 수 있다. 계약서 양식도 구하기 쉽다.

그런데 계약서보다 먼저 볼 게 있다. 물건이 어떤 단위로 움직이는가. 해외에서 에이전트 구조가 버티기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

1. 에이전트와 총판, 물건의 흐름이 다르다

법적으로 둘을 가르는 기준은 하나다. 에이전트는 브랜드의 물건을 브랜드 이름으로 팔아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총판은 물건을 사서 자기 이름으로 판다. 이 구분은 총판 계약서 글에서 자세히 다뤘다.

실무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 차이는 물건이 가는 길이다.

에이전트 구조총판 구조브랜드에이전트거래처 1거래처 2거래처 3한국에서 거래처마다 따로 배송브랜드한 번에 대량총판 · 현지 창고온라인오프라인도매총판이 현지에서 채널을 섞어 판다수익을 가르는 건 수수료율이 아니라 물건이 움직이는 단위다
계약서보다 물건의 흐름이 먼저 다르다 — 에이전트 구조에서는 에이전트가 주문을 연결하고, 물건은 한국에서 거래처마다 따로 나간다. 총판 구조에서는 한 번에 들여온 물량을 총판이 현지에서 여러 채널로 나눠 판다. 구성: 필자 정리

에이전트 구조에서는 에이전트가 거래처를 찾아 주문을 연결한다. 물건은 브랜드가 보낸다. 거래처가 여럿이면 배송도 여러 번, 작은 단위로 나간다. 총판 구조에서는 총판이 한 번에 사서 들여오고, 현지 창고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도매로 나눠 판다.

2. 수익을 가르는 건 물류다

겪어 보니 가장 큰 부담은 수수료가 아니었다. 배송비와 물류비였다. 한국에서 현지 거래처를 상대로 직접 사업을 하면, 물건이 움직일 때마다 비용이 붙는다. 주문이 작고 잦을수록 한 개당 물류비가 커진다.

누가 떠안는가에이전트 구조총판 구조재고브랜드총판국제 운송브랜드총판수입·통관브랜드 또는 거래처총판대금 회수 위험브랜드총판현지 보관·배송브랜드총판채널 개척·판촉에이전트 일부총판 (브랜드 지원)에이전트 구조에서는 수수료 말고도 이 비용 대부분이 브랜드 몫이다
수수료는 비용의 일부일 뿐이다 — 에이전트에게 주는 수수료는 눈에 보이는 비용이다. 재고, 운송, 대금 회수처럼 눈에 덜 띄는 비용이 에이전트 구조에서는 대부분 브랜드에 남는다. 거래 조건에 따라 일부는 달라질 수 있다. 구성: 필자 정리

총판 구조가 수익을 만드는 방식은 반대다. 한 번에 들여오니 운송 단가가 내려간다. 그리고 총판은 현지에서 채널을 섞어 판다. 온라인에서 회전을 만들고, 오프라인에서 가격을 지키고, 도매로 남는 물량을 소화한다. 같은 물량으로 버는 방법이 여러 개다. 한국에 앉아 있는 브랜드는 이걸 흉내 내기 어렵다.

총판으로 바꾼 뒤 가장 좋아진 게 바로 이 부분이었다. 수익이다.

3. 계약서로 풀기 어려운 두 가지

수익 말고도 해외 에이전트 계약이 까다로운 이유가 두 가지 더 있다. 둘 다 계약서 문장만으로는 피하기 어렵다.

현지 세금 · 에이전트가 브랜드를 대신해 현지에서 계약을 습관적으로 맺어 주거나, 계약이 맺어지는 데 주된 역할을 하면, 브랜드가 그 나라에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을 둔 것으로 보고 현지에서 세금을 물 수 있다. OECD 모델조세협약 제5조 제5항이 2017년 개정에서 이 범위를 넓혔다. 실제 적용은 한국과 그 나라가 맺은 조세조약에 따라 다르니 세무 자문이 필요하다.
끝낼 때의 보상 · 에이전트는 계약이 끝날 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 상법에도 대리상의 보상청구권(제92조의2)이 있다. 유럽연합은 상사대리인 지침(86/653/EEC)에서 계약이 끝나기 전에는 이 보상을 에이전트에게 불리하게 배제하지 못하게 했다. 시작할 때 가볍던 구조가 끝낼 때 무거워질 수 있다.

끝내는 과정 자체는 계약 해지 글에서 다뤘다. 에이전트 구조라면 거기에 보상 문제가 하나 더 얹힌다.

4. 총판으로 바꾸면 잃는 것: 현장의 밀도

바꾼 뒤 수익은 좋아졌다. 대신 잃은 것도 분명했다. 현장에서 촘촘하게 움직이기 어려워졌다. 마케팅을 하든, 세밀한 전략을 실행하든, 이제는 총판을 거쳐야 한다. 브랜드가 원하는 속도와 밀도로 움직여 주지 않을 때가 있다.

총판으로 바꾼 뒤수익이 가장 좋아졌다현장 실행은 촘촘하기 어려워졌다계약으로 되찾을 수 있는 것① 판매 데이터 보고 의무② 마케팅 계획 공동 수립③ 성과에 연동한 공동 판촉비잃은 것을 전부 되찾지는 못한다. 무엇을 되찾을지 골라야 한다
수익을 얻고 현장을 내준다 — 총판으로 바꾸면 손익은 좋아지지만, 브랜드가 현장에서 직접 촘촘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워진다. 그 일부는 계약 조건으로 되찾을 수 있다. 구성: 필자 정리

전부 되찾을 수는 없다. 다만 계약 조건으로 일부는 되찾을 수 있다. 총판이 사간 물량이 아니라 실제로 팔린 물량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하면 현장이 보인다. 이 부분은 독점 계약 글에서 다뤘다. 마케팅 계획을 해마다 함께 세우도록 하면 방향은 맞출 수 있다. 판촉비를 지원한다면 성과에 연동하면 실행을 끌어낼 수 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되찾을지 고르는 일이다. 다 쥐려고 하면 총판은 에이전트처럼 움직이게 되고, 총판으로 바꾼 이유였던 수익이 다시 흔들린다.

5. 그래도 에이전트가 맞는 경우

에이전트 구조가 늘 틀린 건 아니다. 물류비가 문제의 핵심이라면, 물류비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에이전트도 검토할 만하다.

시장을 시험해 보는 단계 · 물량이 적고, 재고를 떠안을 총판을 찾기 어려울 때
값이 비싸고 부피가 작은 제품 · 물류비가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때
프로젝트 단위로 파는 B2B · 주문이 크고 드물어서 건별 배송이 오히려 효율적일 때

어느 경우든 처음부터 총판으로 넘어갈 길을 계약서에 남겨 두는 게 좋다. 물량이 어느 수준을 넘으면 총판 구조로 전환을 협의한다는 식이다. 반대 방향, 곧 총판에서 직접 운영으로 넘어가는 시점은 이 글에서 다뤘다.

정리

다섯 줄 요약
01  계약서보다 먼저 물건이 움직이는 단위를 본다. 에이전트 구조는 작고 잦은 배송을 브랜드가 진다.
02  수수료는 비용의 일부다. 재고·운송·대금 회수가 에이전트 구조에서는 대부분 브랜드 몫이다.
03  총판은 현지에서 채널을 섞어 수익을 만든다. 한국에 앉은 브랜드가 흉내 내기 어렵다.
04  해외 에이전트는 현지 세금과 종료 보상이 계약서 밖에서 따라온다.
05  총판으로 바꾸면 수익을 얻고 현장을 내준다. 무엇을 되찾을지 골라 계약에 넣는다.

직접 확인해 볼 것

지금 구조에서 제품 하나가 거래처에 닿기까지 드는 물류비는 가격의 몇 퍼센트인가?
에이전트가 현지에서 계약에 서명하거나 조건을 사실상 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에이전트 계약이 끝나면 보상을 청구당할 수 있는지, 그 나라 법으로 확인해 봤는가?
총판으로 바꾼다면, 잃게 될 현장 통제 중 꼭 되찾아야 할 한 가지는 무엇인가?

이 글에 쓴 개념과 법령의 출처

  •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과 종속대리인 — OECD, Model Tax Convention on Income and on Capital, 제5조 제5항 (2017년 개정, BEPS 액션 7 반영).
  • 대리상의 보상청구권 — 상법 제92조의2.
  • 상사대리인의 보상과 배제 금지 — Council Directive 86/653/EEC on self-employed commercial agents, 제17조·제19조,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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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사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국가·회사·브랜드·개인·수치를 모두 빼고 구조만 남긴 것입니다. 법률·세무 자문이 아니며, 실제 계약은 전문가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