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 전에 답이 나와 있어야 하는 것들
그 요구는 반드시 온다. 대개 이르게 온다. 첫 번째 진지한 미팅에서, 양쪽 다 서로에게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다.
"독점을 주셔야 합니다."
합리적인 요구다. 동시에 유통 계약에서 가장 되돌리기 어려운 조항이고, 가장 자주 엉뚱한 이유로 통과되는 조항이다. 대화에 흐름이 붙었는데 아무도 그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결정은 자리에서 내리면 어렵고, 자리에 앉기 전에 내려두면 쉽다. 이 글은 줄지 말지를 다룬다. 주기로 했을 때 어떻게 좁게 주고 어떻게 되찾을지는 다음 글에서 다룬다.
1. 독점은 호의가 아니라 맞교환이다
독점을 "인심"으로 보면 판단이 흐려진다. 이건 거래다. 양쪽 다 구체적인 무언가를 받고, 나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내준다.
이 세 번째 항목이 결정의 전부다. 독점은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바꾸는 일이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은 일어나기를 바라는 투자다. 확실한 것을 주고 불확실한 것을 받는다.
경제학에는 이 구도를 가리키는 말이 있다. 한쪽이 관계 밖에서는 쓸 수 없는 돈을 먼저 묻고 나면, 그 뒤부터 상대가 조건을 유리하게 바꿀 수 있게 되는 상황 — 발목 잡힘 문제(홀드업 문제, hold-up problem)라고 한다. 벤저민 클라인과 동료들이 1978년에 정리했다. 독점 조항은 바로 이걸 막으려고 존재한다. 파트너가 돈을 묻기 전에, 묻고 나서 발목이 잡히지 않는다는 약속을 미리 사두는 것이다.
2. 첫 번째 질문 — 그 돈은 우리 밖에서도 쓸 수 있는가
어떤 카테고리는 묻는 돈 없이는 아예 시작되지 않는다. 현지 인허가 등록을 해야 하고, 매장을 한 곳씩 뚫어야 하고, 판매 접점에 교육된 사람이 있어야 하고, 현지에 마케팅 실체가 있어야 한다면 — 누군가는 이 관계 밖에서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돈을 먼저 써야 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런 돈을 관계 특수 투자(relationship-specific investment)라고 부른다. 올리버 윌리엄슨이 1979년에 정리한 개념이다. 보호 없이 이걸 요구하는 건 호의를 요구하는 것이고, 호의만큼의 노력을 받게 된다.
반대로 어떤 카테고리는 그렇지 않다. 주로 온라인에서 팔리고, 기본 수입 요건 말고는 현지 등록이 필요 없고, 제품 자체의 인지도로 굴러간다면 아무도 속이지 않으면서 비독점으로 유통될 수 있다.
3. 두 번째 질문 — 이 파트너가 시장 전체를 감당하는가
독점은 한 파트너가 전부를 책임진다는 뜻이다. 모든 채널, 모든 권역, 모든 고객. 그런데 대부분의 총판은 그중 한둘에서만 진짜로 강하고, 나머지는 "있기는 하다" 수준이다.
오프라인이 깊고 온라인 팀이 얇은 파트너에게 독점을 주면, 우리 온라인 사업은 그 얇은 팀의 수준에 묶인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고칠 방법을 계약으로 막아둔 상태가 된다.
채널별로 실제 역량의 모양을 보고, 약한 채널의 2년 계획을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이 질문 하나가 대부분의 독점 협상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바꾼다.
4. 세 번째 질문 — 되찾을 길이 있는가
대부분의 브랜드가 건너뛰는 질문이고, 18개월 차에 유일하게 중요해지는 질문이다.
조건 없는 독점은 계약 기간 안에서 영구적이다. 조건이 붙은 독점은 임대다. 차이는 전적으로 문안에 있고, 시작할 때 넣는 비용은 0인데 나중에 추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질문의 답 — 어떻게 좁게 주고, 어떤 조건을 달고, 어떤 출구를 남기는지 — 는 분량이 커서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룬다. 여기서는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되찾을 방법을 계약서에 못 넣겠다면, 그 독점은 주지 않는 쪽이 맞다.
5. 비독점도 공짜가 아니다
"그럼 그냥 안 주면 되지"가 답이라면 이 글은 필요 없다. 대안에도 고유한 실패 방식이 있다. 다만 천천히 도착하기 때문에 덜 논의된다.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하고, 경제학에 이름이 있다. 한쪽이 돈을 들여 만든 가치를 돈을 안 쓴 쪽이 같이 가져가는 상황 — 무임승차(free riding)라고 한다. 레스터 텔서가 1960년에 유통 맥락에서 정리했다. 브랜드 교육, 매장 연출, 현지 마케팅은 전부 무임승차가 쉬운 투자다. 그래서 보호가 없으면 아무도 먼저 하지 않는다.
정리
직접 확인해 볼 것
이 글에 쓴 개념의 출처
- 발목 잡힘 문제(hold-up problem) — Benjamin Klein, Robert G. Crawford & Armen A. Alchian, "Vertical Integration, Appropriable Rents, and the Competitive Contracting Process",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21(2), 1978.
- 관계 특수 투자 · 자산 특수성(asset specificity) — Oliver E. Williamson, "Transaction-Cost Economics: The Governance of Contractual Relations",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22(2), 1979.
- 무임승차(free riding) — Lester G. Telser, "Why Should Manufacturers Want Fair Trade?",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3, 1960.
이어지는 글 · 독점을 주기로 했다면 — 되찾을 길을 계약서에 남기는 법
이 글의 사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국가·회사·브랜드·개인·자사 수치를 모두 빼고 구조만 남긴 것입니다.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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