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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론

총판이 독점을 달라고 할 때 — 줄지 말지 정하는 세 가지 질문

주기 전에 답이 나와 있어야 하는 것들

그 요구는 반드시 온다. 대개 이르게 온다. 첫 번째 진지한 미팅에서, 양쪽 다 서로에게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다.

"독점을 주셔야 합니다."

합리적인 요구다. 동시에 유통 계약에서 가장 되돌리기 어려운 조항이고, 가장 자주 엉뚱한 이유로 통과되는 조항이다. 대화에 흐름이 붙었는데 아무도 그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결정은 자리에서 내리면 어렵고, 자리에 앉기 전에 내려두면 쉽다. 이 글은 줄지 말지를 다룬다. 주기로 했을 때 어떻게 좁게 주고 어떻게 되찾을지는 다음 글에서 다룬다.

1. 독점은 호의가 아니라 맞교환이다

독점을 "인심"으로 보면 판단이 흐려진다. 이건 거래다. 양쪽 다 구체적인 무언가를 받고, 나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내준다.

이 거래의 세 항목
파트너가 받는 것 — 투자에 대한 보호. 브랜드 전담 인력, 매장 입점, 런칭 마케팅, 첫해 재고. 9개월 뒤에 두 번째 총판이 붙을 수 있다면 이 중 무엇도 합리적이지 않다.
내가 받는 것 — 그 투자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 비독점 파트너는 오늘 가장 빨리 도는 것에 최적화한다. 독점 파트너에게는 쌓을 이유가 생긴다.
내가 내주는 것 — 선택권. 그 지역의 모든 대안이 계약 기간 동안 닫힌다. 파트너가 부진해도 두 번째를 붙일 수 없다. 첫 번째를 풀어야 한다.

이 세 번째 항목이 결정의 전부다. 독점은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바꾸는 일이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은 일어나기를 바라는 투자다. 확실한 것을 주고 불확실한 것을 받는다.

경제학에는 이 구도를 가리키는 말이 있다. 한쪽이 관계 밖에서는 쓸 수 없는 돈을 먼저 묻고 나면, 그 뒤부터 상대가 조건을 유리하게 바꿀 수 있게 되는 상황 — 발목 잡힘 문제(홀드업 문제, hold-up problem)라고 한다. 벤저민 클라인과 동료들이 1978년에 정리했다. 독점 조항은 바로 이걸 막으려고 존재한다. 파트너가 돈을 묻기 전에, 묻고 나서 발목이 잡히지 않는다는 약속을 미리 사두는 것이다.

독점 서명비독점 — 선택지가 열려 있다부진하면 다른 곳을 붙일 수 있다독점 — 하나만 남는다여기서부터 대안은 닫혀 있다파트너가 부진해도 두 번째를 붙일 수 없다되돌릴 수 있는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바꾸는 거래다. 확실한 것을 주고 불확실한 것을 받는다.
독점이 실제로 바꾸는 것 — 가격도 물량도 아니고 선택지의 수다. 서명 순간 나머지 선택지가 한꺼번에 닫히고, 계약 기간 내내 닫혀 있다. 발목 잡힘 문제의 구조. 출처: Klein, Crawford & Alchian(1978)

2. 첫 번째 질문 — 그 돈은 우리 밖에서도 쓸 수 있는가

어떤 카테고리는 묻는 돈 없이는 아예 시작되지 않는다. 현지 인허가 등록을 해야 하고, 매장을 한 곳씩 뚫어야 하고, 판매 접점에 교육된 사람이 있어야 하고, 현지에 마케팅 실체가 있어야 한다면 — 누군가는 이 관계 밖에서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돈을 먼저 써야 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런 돈을 관계 특수 투자(relationship-specific investment)라고 부른다. 올리버 윌리엄슨이 1979년에 정리한 개념이다. 보호 없이 이걸 요구하는 건 호의를 요구하는 것이고, 호의만큼의 노력을 받게 된다.

반대로 어떤 카테고리는 그렇지 않다. 주로 온라인에서 팔리고, 기본 수입 요건 말고는 현지 등록이 필요 없고, 제품 자체의 인지도로 굴러간다면 아무도 속이지 않으면서 비독점으로 유통될 수 있다.

반나절이면 끝나는 판별법
파트너가 앞으로 써야 할 돈을 적는다. 그중 내일 우리가 빠지면 다른 데 못 쓰는 항목에만 표시한다. 표시된 목록이 길면 독점은 정직한 구조다. 짧으면 독점은 그냥 퍼주는 것이다.
현지 등록 · 매장 입점 · 판매 교육이 필요한 카테고리관계 밖에서는 못 쓰는 돈75%옮길 수 있는 돈→ 독점이 정직한 구조다보호 없이 이 투자를 요구하면, 요구한 만큼이 아니라 호의만큼 돌아온다.온라인 중심 · 현지 등록이 필요 없는 카테고리20%옮길 수 있는 돈 80%→ 독점은 그냥 퍼주는 것이다묻히는 돈이 없으면 보호할 것도 없다. 선택권만 잃는다.
관계 특수 투자(relationship-specific investment) — 파트너가 쓸 돈 중 우리가 빠지면 회수되지 않는 비중. 이 비중이 독점의 정당성을 정한다. 개념 출처: Williamson(1979)

3. 두 번째 질문 — 이 파트너가 시장 전체를 감당하는가

독점은 한 파트너가 전부를 책임진다는 뜻이다. 모든 채널, 모든 권역, 모든 고객. 그런데 대부분의 총판은 그중 한둘에서만 진짜로 강하고, 나머지는 "있기는 하다" 수준이다.

오프라인이 깊고 온라인 팀이 얇은 파트너에게 독점을 주면, 우리 온라인 사업은 그 얇은 팀의 수준에 묶인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고칠 방법을 계약으로 막아둔 상태가 된다.

독점이 한꺼번에 묶는 범위오프라인 리테일강함마켓플레이스얇음자사몰 · 직영사실상 없음특수 채널계획 없음약한 세 칸에서 앞으로 2년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답이 "아무 일도 없다"라면, 독점을 주는 게 아니라 공백을 사는 것이다.
채널별 실제 역량 — 독점은 강한 칸만 골라 주지 않는다. 약한 칸까지 통째로 묶는다. 그래서 물어야 할 것은 "이 파트너가 좋은가"가 아니라 "약한 칸에서 2년간 무엇을 하는가"다.

채널별로 실제 역량의 모양을 보고, 약한 채널의 2년 계획을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이 질문 하나가 대부분의 독점 협상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바꾼다.

4. 세 번째 질문 — 되찾을 길이 있는가

대부분의 브랜드가 건너뛰는 질문이고, 18개월 차에 유일하게 중요해지는 질문이다.

조건 없는 독점은 계약 기간 안에서 영구적이다. 조건이 붙은 독점은 임대다. 차이는 전적으로 문안에 있고, 시작할 때 넣는 비용은 0인데 나중에 추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질문의 답 — 어떻게 좁게 주고, 어떤 조건을 달고, 어떤 출구를 남기는지 — 는 분량이 커서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룬다. 여기서는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되찾을 방법을 계약서에 못 넣겠다면, 그 독점은 주지 않는 쪽이 맞다.

5. 비독점도 공짜가 아니다

"그럼 그냥 안 주면 되지"가 답이라면 이 글은 필요 없다. 대안에도 고유한 실패 방식이 있다. 다만 천천히 도착하기 때문에 덜 논의된다.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다. 둘셋이 같은 제품을 팔 수 있으면, 누구도 남 좋을 일이 되는 브랜드 빌딩에 돈을 넣지 않는다. 유통만 남고 개발이 사라진다.
통제 가능한 유일한 레버로 경쟁한다. 제품이 같고 차별화가 없으면 남는 건 가격이다. 가격 포지션이 안쪽에서부터 무너지고, 우리보다 리테일러가 먼저 알아챈다.
아무도 문제를 책임지지 않는다. 입점이 빠지거나 등록이 만료되면 독점 파트너는 고쳐야 한다. 비독점 파트너들은 각자 "남의 일"이라고 합리적으로 가정할 수 있다.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하고, 경제학에 이름이 있다. 한쪽이 돈을 들여 만든 가치를 돈을 안 쓴 쪽이 같이 가져가는 상황 — 무임승차(free riding)라고 한다. 레스터 텔서가 1960년에 유통 맥락에서 정리했다. 브랜드 교육, 매장 연출, 현지 마케팅은 전부 무임승차가 쉬운 투자다. 그래서 보호가 없으면 아무도 먼저 하지 않는다.

매출1년차2년차3년차조건이 붙은 독점투자할 이유가 있으니 쌓인다비독점투자할 이유가 없으니 멈춘다여기서 1년차까지는 비독점이 더 좋아 보인다비독점의 실패는 늦게 도착한다. 그래서 판단할 시점에는 대개 보이지 않는다.
무임승차(free riding)의 시간 구조 — 비독점은 초기에 더 빨라 보인다.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2년차에야 숫자로 나타난다. 개념 출처: Telser(1960)

정리

다섯 줄 요약
01  독점은 호의가 아니라 맞교환이다. 파트너는 보호를, 나는 투자를 받고, 선택권을 내준다.
02  첫 질문은 "그 돈을 우리 밖에서도 쓸 수 있는가"다. 못 쓰는 돈이 크면 독점은 정직하고, 작으면 그냥 퍼주는 것이다.
03  독점은 강한 채널만 골라 주지 않는다. 약한 채널의 2년 계획을 물어야 한다.
04  되찾을 방법을 계약서에 못 넣겠다면, 그 독점은 주지 않는 쪽이 맞다.
05  비독점도 공짜가 아니다. 실패가 2년차에 도착할 뿐이다.

직접 확인해 볼 것

지금 독점을 요구받고 있다면, 그것이 보호하는 구체적인 투자를 항목으로 말할 수 있는가?
그 항목 중 우리가 빠지면 회수되지 않는 것은 몇 개인가? 하나도 없다면 무엇을 보호하는 것인가?
파트너가 약한 채널에서 앞으로 2년간의 계획은 무엇인가?
되찾는 조건을 계약서에 넣자고 했을 때, 상대의 첫 반응은 무엇이었는가?

이 글에 쓴 개념의 출처

  • 발목 잡힘 문제(hold-up problem) — Benjamin Klein, Robert G. Crawford & Armen A. Alchian, "Vertical Integration, Appropriable Rents, and the Competitive Contracting Process",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21(2), 1978.
  • 관계 특수 투자 · 자산 특수성(asset specificity) — Oliver E. Williamson, "Transaction-Cost Economics: The Governance of Contractual Relations",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22(2), 1979.
  • 무임승차(free riding) — Lester G. Telser, "Why Should Manufacturers Want Fair Trade?",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3, 1960.

이어지는 글 · 독점을 주기로 했다면 — 되찾을 길을 계약서에 남기는 법

이 글의 사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국가·회사·브랜드·개인·자사 수치를 모두 빼고 구조만 남긴 것입니다.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