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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론

동남아 이커머스, 총판에 맡길까 직접 할까 — 전환 시점을 정하는 5개 지표

브랜드 쪽에서 해외 이커머스 진출을 검토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이거다.

"총판을 쓰는 게 나을까요, 직접 하는 게 나을까요?"

답을 하기 전에, 두 방식이 실제로 뭐가 다른지부터 맞춰두자.

총판에 맡긴다
현지 회사에 물건을 넘긴다. 그 회사가 자기 돈으로 물건을 사가고, 자기 이름으로 쇼피·라자다·틱톡샵에 입점하고, 광고도 자기 예산으로 집행한다. 우리는 물건을 넘기는 시점에 매출을 인식하고, 그 뒤에 얼마에 팔리는지는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직접 한다
현지에 법인이나 지사를 두고 우리 이름으로 입점한다. 재고도 우리 것이고, 광고비도 우리 돈이고, 안 팔리면 그 손해도 우리 것이다.

이 차이를 놓고 보면 질문이 잘못 세워져 있다는 게 보인다. 총판이냐 직접이냐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상태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을 먼저 하느냐는 순서의 문제다. 거의 모든 브랜드는 총판(또는 크로스보더 온라인)으로 시작해서 어느 시점에 직접 운영으로 넘어간다. 그러니 진짜 질문은 "어느 쪽이냐"가 아니라 "언제 넘어가느냐"다.

그리고 이 시점을 감으로 정하면 둘 중 하나가 일어난다. 너무 일찍 넘어가면 사무실 임차료와 인건비만 늘고 매출은 안 따라온다. 너무 늦게 넘어가면 시장이 제일 빠르게 커지는 구간을 파트너의 속도에 묶인 채로 흘려보낸다.

이 글은 3년 넘게 동남아 여러 시장을 온라인 우선으로 운영하고, 그중 일부를 현지 직접 운영으로 전환하는 판단을 직접 내렸던 경험을 정리한 것이다. 국가명·브랜드명·실제 수치는 모두 뺐다. 대신 판단에 쓸 수 있는 구조만 남겼다.

1. 지금 동남아 시장이 어떤 상태인가

기준을 만들기 전에 시장 크기의 감각을 맞춰야 한다. 구글·테마섹·베인이 매년 내는 e-Conomy SEA 2025 보고서 기준이다.

항목 2025년(전망) 전년 대비
동남아 디지털 경제 GMV 3,000억 달러 초과 +15%
이커머스 GMV 1,850억 달러 +15%
이커머스 매출(플랫폼 수익) 410억 달러
비디오 커머스 비중 전체 GMV의 약 25%
로컬 커머스 셀러·스토어 수 8만 개 +125%

출처: Temasek, e-Conomy SEA 2025 · Google, e-Conomy SEA

총량보다 중요한 숫자가 두 개 있다.

숫자 하나
비디오 커머스가 전체의 25%
라이브 방송과 숏폼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의 4분의 1이라는 뜻이다.
3~4년 전에 만든 진출 계획서를 열어보면 마케팅 예산 항목이 대개 "플랫폼 프로모션 참여 + 배너 광고"로 짜여 있다. 문제는 총판과 마케팅을 합의할 때 보통 "연간 마케팅 예산 얼마"라는 총액만 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돈을 어디에 쓸지는 총판이 정하고, 총판은 자기가 익숙한 방식(쿠폰·배너)에 쓴다.
그래서 합의해야 하는 건 총액이 아니라 구성이다. "이 예산 중 최소 40%는 라이브·숏폼에 집행한다"처럼 숫자로 박아두지 않으면, 2년 뒤에 실적 미달로 돌아온다.
숫자 둘
셀러가 1년 만에 두 배
같은 자리에 광고를 걸려는 경쟁자가 두 배가 됐다는 뜻이고, 곧 광고 단가가 올랐다는 뜻이다.
3년 전 진입할 때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데 3천 원이 들었다면, 그 숫자로 지금부터 3년을 계획하면 안 된다. 초기 진입 시점의 획득 비용은 그 시점에만 유효하다.

2. 시장마다 매출을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여러 시장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가장 확실하게 배운 게 이거다. 같은 브랜드, 같은 제품, 같은 가격대인데 시장별로 매출을 만드는 방법이 완전히 달랐다.

A형 시장
플랫폼이 미는 대로 팔린다
플랫폼 자체 대형 행사(더블데이 같은 것)에 잘 들어가고 SNS 계정을 성실히 굴리는 것만으로 성장 곡선이 만들어졌다. 유료 인플루언서 비중을 늘려도 매출이 비례해서 늘지 않았다.
B형 시장
사람이 말해줘야 팔린다
현지 인플루언서가 직접 써보고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인지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다. 플랫폼 행사만으로는 바닥을 못 벗어났다.

이게 왜 중요한가. 총판 후보를 평가할 때 대개 "이 회사가 뭘 잘하나"를 본다. 그런데 실제로 봐야 하는 건 "이 회사가 잘하는 것이, 이 시장에서 통하는 방법과 같은가"다. 인플루언서 네트워크가 강한 회사를 A형 시장에 붙이면, 그 회사는 유능한데 성과는 안 나온다. 그리고 그 사실은 계약 2년차가 되어서야 숫자로 드러난다.

실무 메모
후보 파트너에게 "우리 카테고리에서 최근 12개월간 성과를 낸 캠페인 세 개"를 달라고 하고, 그 세 개가 플랫폼 행사였는지 인플루언서였는지만 분류해 보면 된다. 30분이면 답이 나오고, 포트폴리오 브랜드 수나 회사 규모보다 예측력이 높다.

3. 언제 직접 운영으로 넘어가는가 — 5개 지표

먼저 전환이 회계적으로 무슨 일인지 짚어야 한다.

전환이란, 총판에게 주던 마진(변동비)을 현지 인건비와 사무실(고정비)로 바꾸는 일이다.
마진은 매출이 줄면 같이 줄지만, 인건비는 매출이 줄어도 그대로 나간다. 그래서 규모가 먼저다.

실제로 썼던 지표는 다섯 개다.

1
매출 규모의 절대 수준
현지 법인의 1년 고정비를, 여섯 달치 기여이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가
여기서 기여이익은 매출에서 원가·광고비·플랫폼 수수료·물류비를 뺀 금액이다(본사 인건비 같은 공통비는 빼기 전). 현지 법인 1년 고정비가 3억이라면 월 기여이익이 5천만 원은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 조건이 안 되면 전환은 그냥 손해다.
2
기여이익률이 두 자릿수
그 기여이익이 매출의 10% 이상인가
매출 10억에 기여이익이 7천만 원(7%)이라면, 총판 마진을 되찾아와도 남는 게 없다. 규모만 크고 이익이 얇은 상태에서 넘어가면 총판이 지던 리스크만 넘겨받는다.
3
플랫폼 수수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
최근 네 개 분기 연속으로 실제 부담이 올랐는가
여기서 수수료는 계약서에 적힌 수수료율만이 아니라, 행사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넣어야 하는 할인·쿠폰 부담까지 합친 실제 부담을 말한다. 수수료가 오르는 구간에서는 중간 단계를 하나 줄이는 것의 가치가 급격히 커진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라서 타이밍 신호로 쓸 만하다.
4
오프라인 매장이 먼저 연락해 온다  가장 강한 신호
우리가 접촉하지 않았는데 현지 드럭스토어나 백화점 바이어가 입점을 제안해 왔는가
온라인만으로 만든 인지도가 오프라인 바이어 레이더에 잡혔다는 뜻이고, 그건 돈으로 못 사는 신호다. 그리고 오프라인은 총판 구조로는 속도가 안 난다. 바이어가 묻는 것들(다음 시즌 신제품, 매대 집기, 프로모션 지원)에 총판을 거쳐 답하면 2주가 걸리고, 그 사이에 매대는 다른 브랜드에 간다.
5
잘 팔리는데 물건이 없다
총판의 발주 주기가 판매 속도를 못 따라가 품절이 반복되는가
총판은 자기 돈으로 재고를 사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발주한다. 잘 팔릴수록 품절이 잦아지는 역설이 생긴다. 이 손실은 장부에 안 잡히지만 검색 순위, 리뷰 수, 알고리즘 노출로 조용히 누적된다.

하나만 켜지면 움직이지 않는다. 최소 세 개가 동시에 켜져야 한다. 세 개 이상일 때 전환했고, 한두 개만 켜진 상태에서 넘어가려던 시장은 보류했다. 보류한 판단이 틀린 적은 없었다.

4. 넘어가기 전 90일 동안 확인한 것

전환은 되돌리기가 비싸다. 총판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들어갔다가 다시 총판을 붙이는 건 시장에서 신뢰를 두 번 잃는 일이다. 그래서 결정 전 90일 동안 아래를 확인했다.

먼저 용어 하나 — 셀인과 셀아웃
셀인은 우리가 총판에 넘긴 물량이다. 우리 장부에 찍히는 매출이 이거다.
셀아웃은 총판이 실제로 소비자나 소매점에 판 물량이다.
둘의 차이가 총판 창고에 쌓인 재고다. 셀인만 보면 잘 팔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총판이 한 번 크게 사갔을 뿐일 수 있다.
1) 최근 24개월 셀아웃을 월 단위로 받았는가
안 주는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숨길 게 있거나, 애초에 그런 데이터를 관리하지 않거나. 어느 쪽이든 그 파트너에 대한 판단 재료가 된다. 월별로 달라고 했는데 분기 합계만 보내오는 것도 같은 신호다.
2) 매출이 한 플랫폼에 몰려 있지 않은가
한 곳이 70%를 넘으면 그건 우리 브랜드의 자산이 아니라 총판과 그 플랫폼의 관계다. 전환해도 따라오지 않는다.
3) 현지에서 사람을 뽑을 수 있는가
이커머스 운영 1명, 마케팅 1명이 최소 단위다. 계획서에 인건비를 적는 것과 실제로 뽑히는 것은 다르다. 결정하기 전에 채용공고를 실제로 올려보고 지원자 수준을 봐야 한다.
4) 계약서의 종료 조항을 읽었는가
남은 재고를 누가 떠안는지, 몇 달 전에 통보해야 하는지, 계약이 끝나고 몇 년간 경쟁 브랜드를 못 하게 돼 있는지. 그리고 현지 상표권이 총판 이름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지. 마지막 항목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터진다.
5) 지금 재고가 몇 개월치인가
총판 창고에 있는 것과 배에 실려 있는 것을 합쳐서. 전환 시점에 이 재고를 누가 얼마에 떠안느냐가 협상의 실제 쟁점이 된다.
6) 총판 마진이 사라지면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소비자가를 내리는 데 쓰면 안 된다. 한 번 내린 가격은 못 올린다. 그 마진은 현지 운영비로 들어가야 한다.
7) 본국 프로모션이 현지 가격을 무너뜨리고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 50% 행사를 하면 그 물건을 사서 현지에 파는 사람이 생긴다. 이 구조가 그대로면 직접 운영으로 넘어가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8) 실패하면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문서로 만들어 두지 않았다면 그 결정은 검토가 아니라 베팅이다.

5. 정리

다섯 줄 요약
01  총판이냐 직진출이냐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다. 질문을 "언제"로 바꿔야 답이 나온다.
02  시장마다 매출을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파트너가 잘하는 것이 그 시장에서 통하는 방법과 같은지가, 파트너의 규모보다 중요하다.
03  전환 지표 다섯 개 중 최소 세 개가 동시에 켜질 때 움직인다. 하나만 보고 움직이면 고정비만 남는다.
04  가장 믿을 만한 신호는 오프라인 매장이 먼저 연락해 오는 것이다.
05  전환을 결정하는 것보다, 실패했을 때 돌아갈 길을 먼저 문서로 만들어 두는 것이 실무에서는 더 중요하다.

출처

이 글의 사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국가·회사·브랜드·개인·자사 수치를 모두 제거하고 구조만 남긴 것입니다.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